빙하기 대멸종 시대에 인류는 '무엇'을 먹고 살아남았나?

74,000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토바 화산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후유증 또한 지독했는데 화산 폭발 때 분출한 회색 먼지가 무려 10개월 동안 하늘을 뒤덮어 햇빛이 차단되었다. 이로 인해 북반구의 전체 식물 3/4이 사라졌고 이를 먹이로 삼는 초식동물들 역시 하나둘 굶어 죽어갔다. 호모사피엔스도 멸종위기에 직면할 처지에 놓였다.

 

빙하기에 얼마나 많은 수의 호모사피엔스가 죽었을까? 그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몇 명이 살아남았는지는 어느정도 밝혀낼 수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현대 인류의 유전자에 남아있는 병목 효과를 연구해 당시에 살아남은 호모사피엔스 수가 600~3,000여 명에 불과하며, 그 결과 지금의 인간들 간에는 유전적 차이가 극히 적다고 밝혀냈다. 이는 오래전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인류기원연구소 연구진은 살아남은 호모사피엔스들은 토바 화산과 멀리 떨어진 남아프리카 일부 해안에 있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홍합과 해조류가 호모사피엔스를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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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cobsoup, 출처 Unsplash


혹독한 빙하기의 지구에서 호모사피엔스가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해안가의 갯벌 덕분이었다. 갯벌이 그들에게 굴과 조개류 등의 먹거리는 물론, 해조류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소금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유적은 남아프리카 해안 브롬보스 동굴과 피너클 포인트 동굴 등의 조개더미(패총)이다. 패총에는 홍합, 바다달팽이, 바다 고둥등 조개류와 갑각류 잔해들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특히 이 동굴에서 발견된 유물을 살펴보았더니 빙하기에 절멸해가던 호모사피엔스를 살린 대표적인 먹거리는 홍합임이 증명되었다. 홍합이야말로 그 시대의 슈퍼히어로라 하겠다.

 

아프리카 해안에서 조개류가 풍부한 곳은 매우 드물어 홍합이 풍부한 그 갯벌에 도착한 인류는 대단한 행운을 얻은 셈이다. 게다가 그곳 바다 밑에는 다시마 숲이 있어, 그들은 다시마 등 해조류로 먹거리를 보충하고 소금을 섭취했다. 그리고 때때로 갑각류와 문어 등 연체동물 그리고 물개 같은 해양 포유류를 잡아먹는 행운도 덤으로 누렸다. 결국 아프리카 해안가 동굴과 갯벌은 춥고 오갈 데 없는 빙하기의 호모사피엔스를 재우고 먹인, 멸종으로부터 구해준 안식처이자 젖줄인 셈이다. 현생인류는 곧 이들의 자손이기도 하다.

초기 인류의 생명줄, 갯벌

알다시피 인류 4대 문명은 모두 강 하류에서 발전해왔다. 그곳에 갯벌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곤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금은 인간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물질로 인류 4대 문명 발생지도 소금 획득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런데 갯벌에는 수많은 생물종들이 모여 살아 농사 외에도 먹거리를 위한 해산물은 물론 소금도 채취할 수 있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문명이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북해연안의 갯벌, 아메리카 대륙의 3개 갯벌, 그리고 우리나라의 서해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불린다. 그중 서해갯벌은 가장 크고 다양한 생물종으로 유명하다. 서해갯벌은 면적이 여의도 1,000배에 달하며, 전체 국토 대비 2.5% 이상이다. 조개류, 낙지 같은 연체동물 200여 종, 게 등의 갑각류 250여종, 숭어 등 어류 약 200여 종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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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갯벌

 

초기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갯벌에 사는 조개류 등의 먹거리와 해조류 등의 염생식물 덕분이다. 해조류를 비롯해 굴, , 조개, 낙지, 갯지렁이 등의 연체동물들은 바닷가의 바위나 돌멩이에 붙어 살거나, 진흙의 갯벌 속에서 숨어 살지만 숨을 쉬기 위해 갯벌 위로 구멍을 내기 때문에 채취하기가 쉬웠다.

 

그래서일까? 인류의 마지막을 다룬 영화나 소설의 끝에서 생존자들은 바다나 섬으로 모여드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는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무의식 속에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기억이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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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교수의 

단짠단짠 세계사

 

문명과 경제로 읽는 음식 이야기

홍익희 저 | 세종서적 | 2022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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